[뉴스] 자녀담임에 '왕의 DNA'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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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자녀담임에 '왕의 DNA'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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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시킨 교육부 5급 사무관이 후임 교사에게 한 황당한 요구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기사

 

 

교육부 사무관이 자녀의 초등학교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교사가 직위해제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교육부 사무관이 교사에게 자신의 자녀에게 지도할 때 지켜야 할 수칙을 적어 보냈다.

교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해 달라"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은 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민간연구소에서 주장하는 교육법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또래친구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는 철저히 자신의 자녀 편을 들어달라라는 내용까지 담겨있다.

초등교사노조 관계자는 "이 학부모가 해당 교사에게 교육부 사무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나는 담임 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협박했다"라고 주장했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교육부 A사무관에 대한 조사반을 편성했다. A사무관은 지난해 10월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교사 B 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으며, B 씨는 올해 5월 대전지방검찰청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A사무관의 행위를 교권 침해로 판단하고 서명 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 작성 처분을 내렸으나 A사무관은 아직 처분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무관이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매년 학기 초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는 대전과 서울 마포구에 소재지를 둔 사설 A연구소에서 안내한 일종의 미션지다.

왕의 DNA 출처

 

 

교사에게 전달한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편지의 출처가 언어장애, 자폐 무약물 치료, 교육을 표방한 한 아동 뇌 연구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2013년 논란이 됐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가 떠오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구소가 운영 중인 인터넷카페에서는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는 등 ADHD판정을 받은 아이들을 '극우뇌' 형으로 분류하고 양육법을 소개한다.

 편지에 담긴 내용대로 '에너지가 많은 극우뇌형 아이들을 순한 양 같은 좌뇌형 아이들에게 하듯 강압적으로 제어하면 뇌가 손상될 수 있으니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식이다.

 ADHD나 발달장애 환자가 약을 먹이지 않더라도 약을 먹인 상태보다 더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2019년 기준 ADHD 소아 환자의 '좌뇌 보강' 수업 비용은 한 달 기준으로 취학 전 180만 원 안팎, 초 5~6학년 210만 원 안팎이라고 명시돼 있다. 해당 카페에는 현재 53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편지 9가지 지침

 

 

1. 하지 마, 안 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2. 싫다는 음식을 억지로 먹지 않게 합니다.
3. 또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주세요.
4. 지시, 명령투보다는 권유, 부탁의 어조로 사용해 주세요.
5. 표현이 강하고 과장되게 표현합니다.
6. 칭찬과 사과에 너무 메말라 있습니다.
7. 회화에는 강점이고 수학은 취약합니다.
8. 인사를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여 강요하지 않도록 합니다.
9. 등교를 거부하는 것은 자유가 허용되자 제일 힘든 것부터 거부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교육부 5급 사무관이었던 A 씨는 각 지침마다 세부설명을 덧붙였다.

 


· 위험한 행동 제지가 필요하면 관심을 다른 곳으로 전환시켜 달라.
·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 말해달라.
· 뇌세포가 활성화될 때까지 쓰기와 수학 등 학습을 강요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
· 극우뇌 아이들의 본성으로 인사하기 싫어하는 것은 위축이 풀리는 현상이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했다. 학계 등에서 검증되지 않은 교육법은 상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 씨처럼 자신의 교육철학이나 교육법을 교사에게 강요하는 행위도 문제다.

김금선 하브루타부모교육연구소 소장은 "부모 입장에서 마치 왕자나 공주처럼 아이를 대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교육법을 무리하게 끼워 맞추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면 교사나 전문가와 상담해서 올바른 훈육을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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